사람과 시인

낙엽에게 / 나호열

파주노을 2019. 11. 3. 09:20

 

낙엽에게

 

- 나호열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나무의 슬픈 날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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