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길
- 노을
길은 어디일까 일출과 일몰의 구분이 없는 한나절 내내 장마가 잠시 휴식처럼 풀어놓은 안개 한 줄이 임진강을 지나 서작포를 돌아 주내 삼거리에 머물 때
나도 깜빡 그곳에서 길을 놓는다
이상도 하지 그 길을 지날 때 마다 세상의 모든 눈물이 흘러 고이듯 숲은 저마다의 기공을 열어 나를 감추고 동굴 같은 안개의 늪이 죄의 그늘, 쓸쓸한 상처까지도 감추어 줄 것이라 기대했을까, 감히 나는
부유하는 물방울 속에 머물던 헛것의 나날 헛것의 추억 헛것의 약속들
깜빡 내가 나를 놓고 비틀거리는 사이 소문도 없이 저녁이 오고 어둠마저 겁 없이 달려드는구나
어디쯤에서 시간은 나를 버렸을까 일출도 없이 저물어버린 저녁 길 위에 어둠은 다시 채찍처럼 내 몸을 후려치는구나. 흔들리며 주춤대며 멈칫거리던 허공의 발이
어느 것이 길인가
안개에게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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