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상에
- 노을
보일러실 낮은 처마 밑
실 잣던 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무심히 던져버린 포획의 그늘, 적막한 폐가에
꽁지 붉은 잠자리 두 마리 날개 편 채 걸려있다
더할 수 없이 짙어진 사랑의 순간
허공에 놓은 발 미처 거두지 못했나보다
물가로 가는 지도를 읽다
분명하던 목적지 느닷없이 흔들렸는지
찬바람 막아 선 벽이 높고도 험했는지
촘촘한 그물에 걸려 마주보며 웃고 있다
날개맥 마주 부비며 서로의 등을 토닥인다
조금만 더 파드닥거리면 날아갈 수 있을 거야
바둥거리며, 바둥거리며 서로의 목을 조여가는
생의 끝 길
이윽고
파드닥거림 그만 접고 눈빛 따뜻이 나누고 있다
그 사랑
다음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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