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슬픔/ 박남준

파주노을 2019. 7. 31. 11:39
슬픔
     박남준



흰 종이 위에 새라고 쓰고 나는 세상의 흐르는

강물들이 그러했듯이 별을 향해 걸어갔다.

떡갈나무 작은 숲을 지나 소나무숲의 그늘 아래

내 어린 날개를 묻었던 애장사리. 숲은 스스로

깊어져 길을 버리고 길이 끝난 곳에 먼저

날아간 새는 별이 되었을까 나는 아직

기억상실증이므로 잊혀졌는데 병으로 얻은

슬픔은 내 별의 중력에 자유로울까 더

가벼워져야겠는데 기다려야 하나

날아가야겠는데 그때, 무덤 위 와불처럼 피어

난 도라지꽃 한 송이 아 - 내 날개, 처음 같은

도라지꽃 그 곁에 누우니 비로소 강물은

흐르고 돌아오는가 바람을 타고 달려오는 새떼

새떼들. 이제 날개를 돌려줘


흰 종이 위에 새 - 도라지꽃이라고 쓰자

도라지꽃 한 송이 별을 따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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