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퇴근길 / 노을

파주노을 2020. 5. 17. 19:35






퇴근길

               - 노을



 

노을빛도 사라지고

 

더 이상 기댈 것 없다 싶은 캄캄한 밤이었지

 

밥을 해야 한다고

 

돌아오면서 내내 밥 생각뿐이었네

 

마을 초입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 때까지

 

몰랐지 세상이 어느새 꽃 천지인 걸, 나는

 

계절의 시계를 잃고

 

꽃의 시절 흙의 미각을 잊은, 돌

 

회전을 멈춘 계절 속으로

 

조이고 뭉쳐 넣은 단단한 울음을 들고

 

굴렀네 진종일 덜그럭덜그럭

 

모서리가 떨어져나갔네 닳고 닳아

 

내가 점점 사라져갔네

 

감각의 촉수를 지워버린 바퀴처럼

 

낮 동안 긁어모은 울음을 부어

 

밥을 안쳐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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