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 노을
노을빛도 사라지고
더 이상 기댈 것 없다 싶은 캄캄한 밤이었지
밥을 해야 한다고
돌아오면서 내내 밥 생각뿐이었네
마을 초입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 때까지
몰랐지 세상이 어느새 꽃 천지인 걸, 나는
계절의 시계를 잃고
꽃의 시절 흙의 미각을 잊은, 돌
회전을 멈춘 계절 속으로
조이고 뭉쳐 넣은 단단한 울음을 들고
굴렀네 진종일 덜그럭덜그럭
모서리가 떨어져나갔네 닳고 닳아
내가 점점 사라져갔네
감각의 촉수를 지워버린 바퀴처럼
낮 동안 긁어모은 울음을 부어
밥을 안쳐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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