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적 하루
박소란
전화를 걸지 못했다
9층 사무실 창으로 내려다본 바깥 풍경이 탄식하듯 저무는
이 저녁의 낙막을 나는 그저 방관하기로 한다
눈 주는 곳마다 노을은 무너지고 순하던 잎사귀 화염처럼 치솟아
죄는 깊어가는데 사랑의 죄 사랑할 수 없는
한 그루 은행나무
제 바로 곁에 병든 짝을 세워둔 저 맹목한 사내를
뿌리째 흔든다 한들 우리 계절은 너무나 뻔하고 뻔한 것이어서 결국
구린 열매 몇알 빈 가슴을 탕진하고 말 뿐
거리는 온통 멀어지는 뒷모습들로 가득해
누구든 어디든 붙잡고만 싶어
퇴근을 놓치고 선 하늘의 망연한 얼굴만 들여다볼 때
이대로 잠시 앓기로 한다
단지 오늘만, 끝으로
보고 싶다 한마디가 몰고 온 이 하루의 고약한 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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