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도
- 윤석산
읍내로 통하는 철교 너머
복사빛 환한 저녁 노을은
그건 그냥 햇살이 얼비친 게 아니라
지난 3월 뜨락을 손질하다가
무심코 잘라버린 가지들이
구름밭을 지나서 하늘나라까지 솟구쳤다가
열 일곱 적 작별한 섭순이네 꽃밭에 가서
섭섭해 섭섭해 섭섭한 말씀끼리 어울려
늦가을 이 저녁에 피어보는 꽃
그러니까, 그것은 기가 막힌 꽃
철교 위에 걸린 핏빛 노을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우리들의 잔혹을
마지막 거부하는
처절한 기도.
(윤석산·시인,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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