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마지막 기도 / 윤석산

파주노을 2019. 9. 29. 12:16

 

 

마지막 기도

- 윤석산

 

 

 

읍내로 통하는 철교 너머

 

복사빛 환한 저녁 노을은

 

그건 그냥 햇살이 얼비친 게 아니라

 

지난 3월 뜨락을 손질하다가

 

무심코 잘라버린 가지들이

 

구름밭을 지나서 하늘나라까지 솟구쳤다가

 

열 일곱 적 작별한 섭순이네 꽃밭에 가서

 

섭섭해 섭섭해 섭섭한 말씀끼리 어울려

 

늦가을 이 저녁에 피어보는 꽃

 

그러니까, 그것은 기가 막힌 꽃

 

철교 위에 걸린 핏빛 노을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우리들의 잔혹을

 

마지막 거부하는

 

처절한 기도.

 

 

(윤석산·시인,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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