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모량역의 새 / 문인수

파주노을 2019. 9. 24. 21:24

 

 

모량역의 새 / 문인수

 

 

 

 

 

떠나지 마라, 먼 타관은 춥다. 작고 따끈따끈한 널

 

얼싸안고 여기 이대로 계속 짹짹거리고 싶다.

 

 

 

이 농촌 들녘, 간이역 대합실 중앙기둥 윗부분엔

 

직경 한 뼘 남짓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난로 연통 뽑아냈던 자리일 것이다. 장작이든 톱밥이든

 

연탄이든 때며 불기를 둘러싼 몇몇 사람의 손바닥들,

 

그 가난한 화력으로 밀고 간 시절은 슬픔 몇 섬일까

 

연기는 다만 장삼이사 사라질 뿐, 그늘 그을린 것 말고는

 

달리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하였다.

 

 

 

지금은 역무원도 두지 않은 빈 역사, 가을바람에도

 

되게 썰렁하다.

 

 

 

한때 불을 문 저 또렷한 기억, 새까만 입구가 못내 아깝다.

 

나는 저 입 다문 적 없는 모음 깊이 무슨 새 한 쌍을 슬쩍,

 

속닥하게 들여놓고 싶다. 더 이상 누구 떠나지 마라.

'사람과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는 아무것도 / 박소란   (0) 2019.09.28
다음에 / 박소란  (0) 2019.09.27
내간체 / 안현미  (0) 2019.09.23
춘천가는 길 / 노을  (0) 2019.09.22
비요일의 하루 / 송영희  (0)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