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선고 / 안희연

파주노을 2017. 12. 2. 20:06

         






                 선고 

                       안희연





  
   너는 잠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는 너의 감긴 눈꺼풀을 열고 

   눈보라 치는 설원을 바라본다

   모든  악몽 위에 세워진
   고요의 땅

   그곳으로
   너를 찾으러 간다
  
   한방울 그리고 한방울
   핏방울을 떨어뜨리며

   펄떡이는 심장을 들고
   너를 찾아 한참을 헤맨다

   이토록 추운 잠 속에서
   너는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간혹 바람만이 얼굴을 헤집고 돌아갈 뿐
   어디에도 너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점점 희박해지는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끌어안으려다
   목을 조르며 죽어간 두그루
   나무를 떠올리고

   먼지로 뒤덮인 피아노 덮개를 열듯
   하나하나
   용서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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