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처럼
-내변산 직소보에서 // 노을
백 년 전인가, 천 년 전이었나 한 번 와 본 듯도 하다
어느 아름다운 사람과 이 바위에 앉아
숲과 새들 품어 안은 저 호수를
바라 본 듯도 하다
그때 날아 들어간 새는 어떤 이름의 물고기가 되었을까
누구인지 모를 내 아름다운 사람과
가슴까지 젖은 저 나무아래 앉아
울고 있었을까?
머리칼을 물들이는 일몰에 저려
울고 있었을까?
그 눈물이 그늘을 만들어 주던 한 나무를 적시고
숲을 적시고
저리 많은 전설을 들려주는 호수가 되었을까
새들 여전히 숲 근처에서 노래하고
나무와 풀, 푸른 향기를 날리며 스러져 눕는 하오의 시간
다시 나는 이 바위에 앉아 일몰을 바라본다
푸르스름한 저녁의 빛과
나무와 새 그리고,
누구인지 모를 내 아름다운 사람과
내가 익사한 듯한
그 자리
영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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