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비탄 / 헤르만 헤세

파주노을 2017. 12. 30. 11:08


비탄

헤르만 헤세

 

 

 

 

우리에게는 존재가 허락되지 않았지, 우린 흐름일 뿐이라

기꺼이 온갖 형식으로 흘러가네

낮으로, 밤으로, 동굴로, 사원으로

흘러 지나가네 존재하고픈 갈망에 쫒겨

 

 

그렇게 쉬지 않고 형식을 채워가도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고향, 행복, 불행은 되지 않지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고, 늘 손님이니

발도 쟁기도 우리와 상관없고, 우리에게선 곡식이 자라지 않네

 

 

모르겠네 신이 우리를 어찌 하려는지

손에 든 진흙인듯 주무르고 계시는구나

말없고 방탕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는 진흙

빚어지긴 했으나 구워지지는 않았구나

 

 

언젠가는 돌로 굳어지리! 언젠가는 영속하리!

이런 동경 우리 가슴에 영원히 흘러가네

그래도 영원히 남는 것은 불안한 전율뿐이니

우리 결코 길 위에서 울 수도 없음이랴

 

 

 

 

.....'유리알 유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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