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박목월 / 하관

파주노을 2009. 8. 11. 15:02

下  官

          박목월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는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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