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배문성 / 나는 불량해서 좋다

파주노을 2009. 8. 6. 23:19

나는 불량해서 좋다

                             배 문 성




사실 나뭇잎이 시작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모습은 얼마나 껄렁한가

사라지는 일은 언제나 한 줄기

시시껄렁한 구석을 가지기 마련이다


울고 있을 때라든지, 한숨을 쉴 때

내가 삶의 마지막 벼랑에 다다른 듯이 절박할 때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껄렁한 시선이 있는 것이다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을 때,

간절하게 맺어지기를 원했으나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느낄 때,

그 속에 숨어 있는 사특한 이별의 기운

불량한 작별의 구름이 문득문득 피어나는 것이다


그럴 때는 내가 어떻더냐고,

때론 너는 어떠하냐고 묻지 않는 법이다

그냥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어짐 자체를 놓아버려야 된다

아주 불량한 몸짓으로......


삶은 때론 갑자기 껄렁해지는 것이니

그래 잘 가라......

내 손에 묻어 있는 너의 감촉

배 위를 스쳐 가던 손길하며,

발자국에 남아 있던 나른한 느낌까지

훅 던져버리는 것이다


뒤돌아보지 말고

두 번 생각하지 말고

휙 떨어져버리는 것이다

아주 껄렁한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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