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포리 뻘밭 소라의 집을 보셨나요
굵은 밧줄 한 개씩 기둥처럼 세워서 수 백 개 다닥다닥 붙은 소라의 빈 집들 지금은 선홍빛 노을만 그물질하고 있어요 빈집의 적막이 굴뚝의 연기처럼 피어올라 밀물대신 갯내 나는 뻘밭을 메워가고 있어요 소라의 그물망을 드넓은 바다 어장에 던져두면 호기심 많은 쭈꾸미가 소라의 빈 집으로 스며든다 지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능소화빛으로 색칠한 대문을 열고 미로같이 꾸불꾸불한 계단을 내려갔을 테지요 발자국 소리가 메아리 되어 울리는 아득하고 속이 깊은 방으로 스며들어 제 꿈을 익히곤 했을 소라의 집 간간이 파도 소리는 열어 둔 창으로 들어 왔다가 꿈의 한 가운데를 현처럼 긋고 나가곤 했겠지요 누군가를 기다리듯 대문 활짝 열어놓은 소라의 빈 집이 나를 자꾸만 끌어 당겨요 제 몸을 던져 꿈을 익혀가던 쭈꾸미처럼, 꿈은 꿈꿀 때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니던가요 [2008 신춘문예 당선작-강원일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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