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하나
지 연 희
전 재산 송두리 남의 손에 넘겨주고
火病으로 가슴을 앓던 어머니가
일 년 내내 자리보전하시더니
마른 나뭇가지 같은 전신을 세워
마른 세상 다시 쥐어 보겠다고, 어느 날
버들가지 같은 지팡이 하나 들고 일어섰다
10분 거리 춘천극장 길 건너 보신탕집 다녀오라
양은 냄비 하나 쥐어주셨다
삼복의 여름 날 뜨거운 앞집 마당의 복순이
짖는 소리 땀 흘리며 손에 들고 오는데
어느 새 날 반기며 내 걸음 앞에 마중나와
혀끝에 침 흘리며 따라오는 앞집 복순이-
식음을 멀리하시던 어머니는
꾸역꾸역 마른 땀 흘리시며 복순이 친구의 슬픔을
죽을 힘 다해 목젖 깊이 넘기고 계셨다
턱 받히고 빤히 지켜보던 나를 쳐다보시며
이건 약이란다, 약이야 하시던 어머니
이후 한 달도 못 되어
눈가에 마른 눈물 떨어뜨리며
손끝에 닿던 세상을 훌훌 버리셨다
세상 끝 잡고 여물게 일어서던 지팡이 하나 산산이 부러지고
하늘엔 멍멍한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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