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의
정 호 승
나 죽으면 차라리 수의를 입지 말고
겨울이면 코트를 걸치고 머플러를 한 채
여름이면 반팔 티셔츠에 면바지 입은 그대로
떠나는게 좋겠다고 늘 생각하다가
우연히 뱅뱅사거리 수의 상설시장 앞을 지나던 날
지금쯤 멋있는 수의 한 벌 사입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안동포로 만든 수의 한 벌 사입고
택시를 타고 팔당대교를 지나 양수리 쪽으로 가다가
두물머리 어디쯤 내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죽은 벗들과 종일토록
생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입고 다닌 옷
수의 아닌 옷 없었다느는 것을
그동안 내가 즐겨 입고 다니닌 옷
모두 수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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