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잔설/ 나희덕

파주노을 2020. 12. 19. 16:03

잔설

    나희덕

 

 

잔설처럼 쌓여 있는 당신,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폭설이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 게 있을 것 같아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층층나무, 가문비나무...


나무 몇은 아직 눈 속에 발이 묶여 오지 못하고


땅이 마르는 동안


벗은 몸들이 새로운 빛을 채우는 동안


그래도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잔설이 그려내는 응달과 양달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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