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잠
- 오세영
강변의 저 수 많은 돌들 중에서
당신이 집어 지금
손 안에 든 돌,
어떤 돌은
禾巖寺 중창 彌陀殿의 셋째 기둥 주춧돌로
놓이기를 바라고,
어떤 돌은
어떤 시인의 서재 한 귀퉁이에 나붓이 앉아
시가 씌어지지 않는 밤, 그의 빈 원고지 칸을 지키기를 바라고,
또 어떤 돌은
어느 순결한 죽음 앞에서 서서 萬代의 義를 그의 붉은
가슴에 새기기를 바라지만
아, 나는 다만 당신이
물수제비 뜨듯 또다시 강가에 나를
팽개치지 않기만을 ……
아무도 깨워주지 않은 천년의 잠은
죽음보다 더 잔인할지니
흙 위에 엎드려 잠들기보다는
급류 속의 일개
징검다리가 되리라
그러므로 님이여, 장난삼아 던질 양이면 차라리
거친 물살에 던지시라.
그리하여 먼 후일 당신이 다시 찾아오시는 날,
나는 즐겨 내 몸을 당신 앞에 비치리니
당신은 주저 말고 내 등을
밟고 건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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