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밑 작은 호숫가에서
- 전동균
산 밑 작은 호숫가에서 보았지요
이른 아침 흠뻑 젖은 풀숲을 헤치고 가 보았지요
잎 진 엄나무 아래 땅 속에서 막 올라오던
새끼족제비 한 마리
낙엽을 헤치며 두 발 들고 올라오다 눈 딱 마주치고는
깜짝 놀라 숨었다가
조금 뒤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듯
두리번두리번 고개 내밀던 아, 그 철없는
황갈새 영혼의 몸을
그때 저는 바스락대는 낙엽이거나
오랫동안 숨 멈추았다가
조용히 출렁대는 물결 같은 게 되고 싶었답니다
당신, 내가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쁜
당신을 처음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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