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산 밀 작은 호숫가에서 / 전동균

파주노을 2020. 5. 22. 14:12

 



산 밑 작은 호숫가에서

                      - 전동균

 

 

 

 

산 밑 작은 호숫가에서 보았지요

 

이른 아침 흠뻑 젖은 풀숲을 헤치고 가 보았지요

 

잎 진 엄나무 아래 땅 속에서 막 올라오던

 

새끼족제비 한 마리

 

낙엽을 헤치며 두 발 들고 올라오다 눈 딱 마주치고는

 

깜짝 놀라 숨었다가

 

조금 뒤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듯

 

두리번두리번 고개 내밀던 아, 그 철없는

 

황갈새 영혼의 몸을

 

 

 

그때 저는 바스락대는 낙엽이거나

 

오랫동안 숨 멈추았다가

 

조용히 출렁대는 물결 같은 게 되고 싶었답니다

 

 

당신, 내가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기쁜

 

당신을 처음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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