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봄/ 이성부

파주노을 2020. 3. 21. 19:43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 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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