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했다 / 박남준

파주노을 2020. 2. 2. 23:00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했다

                              - 박남준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문이 내려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데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리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사라지고

 

막차는 오지 않을 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발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가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발 실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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