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다
- 김명인
다짐하는 일도 흐려버리는 일도 누구에겐가
지독한 빛이어서 극광까지
밀려가버렸다고 깨닫는 지금
구름다리도 걷혀버린 강 이쪽에서
건너편 저무는 버드나무 숲 바라본다
얽혀 자욱하던 눈발도
그 속으로 불려 나가던 길들도 그쳤는데
어스름 저녁 답은 무슨 일로 한참을 서성거리며
망명지에선 듯 서쪽 하늘 지켜보게 하는가
사랑이여, 다 잃고 난 뒤에야
무릎 꺾어 꿇어앉히는 마음의 이 청승
쟁쟁한 바람이 쇳된 억새머리 갈아엎으면
내가 쏜 화살에 맞아
절룩이며 산등성이를 넘어간 그 짐승
밤새도록 흘렸을 피 같은 어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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