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가시를 기른다 / 노을

파주노을 2019. 12. 25. 10:22

  가시를 기른다

                      - 노을

 

 

   작은 철망 안에 남국의 유전자를 가진 고슴도치가 잔다. 공처럼 몸을 말고 평화롭게 잠을 잔다 톱밥 잔뜩 긁어 수북이 모아놓고 폭신폭신 나른하니 늘어지게 잠을 잔다 비타민 칼슘 두루 뭉친 밥을 주니 덜 깬 잠을 털며 비척비척 걸어 나온다 아그작아그작 먹어 치우곤 햇빛 쪽에 몸을 말고 이어서 또,

잔다

 

   거기서만 안락하다

   세상 밖에 풀어놓으면 구석으로 파고드는 은둔의 습성

 

   둥글어질래, 다짐할수록

   솟구치며 돋아 오르는 무성한 가시덤불

   내 안의 가시가 한 뼘 넘게 자라고 있다 툭툭 건드린다 기세 좋게 파고들며 심장 깊이 쳐들어 온다 비명은 안쪽으로만 고여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울음조차 가질 수 없는 단단한 가시를 들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내 안의 가시를 안고

 

   살았다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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