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숲으로 보낸 편지 - 노을

파주노을 2019. 10. 14. 15:34


숲으로 보낸 편지

               -  노을 


                           

 

숲에 갔었지요

옛날 옛날에

누군가 밤새 일구어 놓았을 화전 가득

초록초록 쇠뜨기풀밭 드넓게 펼쳐졌네요

숨은 듯

한 나절 누워 잠들고 싶었지요

그 옆에 그늘을 만드는 느릅나무 입새들이며

갈참나무 수꽃들

어서 와, 어서 와, 조롱조롱 흔들리는 길

그렇게 등 비비며 초록이 되고

어린 풀들이 기대어 오면 가만히 팔 걸어 주며

풀 대궁 모아 새집도 만들고

보송보송 흙길을 깍지 끼고 걸어보리라

어쩌면 나는

등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넝쿨풀이 되어도

참 좋으리라

시린 바람 사이 더불어 흔들리는 마른 갈잎들처럼

바스락거리며

바스락거리며

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