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보낸 편지
- 노을
숲에 갔었지요
옛날 옛날에
누군가 밤새 일구어 놓았을 화전 가득
초록초록 쇠뜨기풀밭 드넓게 펼쳐졌네요
숨은 듯
한 나절 누워 잠들고 싶었지요
그 옆에 그늘을 만드는 느릅나무 입새들이며
갈참나무 수꽃들
어서 와, 어서 와, 조롱조롱 흔들리는 길
그렇게 등 비비며 초록이 되고
어린 풀들이 기대어 오면 가만히 팔 걸어 주며
풀 대궁 모아 새집도 만들고
보송보송 흙길을 깍지 끼고 걸어보리라
어쩌면 나는
등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넝쿨풀이 되어도
참 좋으리라
시린 바람 사이 더불어 흔들리는 마른 갈잎들처럼
바스락거리며
바스락거리며
살고 싶다고
'사람과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 박소란 (0) | 2019.10.17 |
|---|---|
| 기다리는 사람에게 / 안도현 (0) | 2019.10.15 |
| 달맞이 고개 / 황학주 (0) | 2019.10.09 |
|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 김선우 (0) | 2019.10.08 |
|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0) | 2019.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