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소음은, 나의 노래 / 유홍준

파주노을 2015. 10. 29. 15:09

소음은, 나의 노래 / 유홍준




소음은 나의 노래

소음은 나의 자장가

소음 없이 난 이제 하루도 못 살아!




도시로 나와 이십여 년, 소음굴 속에서만 살았다

소음 중독자가 되었다

태양인에서

소음인으로

마침내 소음인騷音人으로 나의 체질은 바뀌었다

24시간 연중무휴 제지製紙기계가

고속으로 돌아가는 종이공장에서

소음 없이는 못 사는 이제

소음 없이는 못 자는 소음인




얼마 전에 고향엘 갔다가 알았다

소음을 견디는 것보다

적막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소음 없는 고향은 견딜 수 없어

소음 없는 고향에선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하룻밤도 못 자고 나는 도망쳐 왔다

매음굴보다 더 지독한

나의 정든 소음굴 속으로




저 봄 언덕에 꽃이 피거나 말거나

저 가을 들판에 벼가 익거나 말거나

너 없이는 못 살아 정든 소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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