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있던 수요일
최갑수
수요일 오후 내내 바람이 불었다
네 쪽으로 내어놓은 창문에는
세월처럼 빠르게
구름만이 흘러서 가고
이따금씩 행려병자의
먼 눈빛처럼
햇빛이 잠시 창틀에 머물렀다 나는
네가 떠난 후 늘 그러하였듯이
너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일과
더불어
나의 안부를 전하는 일을
긴 긴 낮잠으로 대신했다
구름은 무슨 정처없음으로 닿을 곳도 없이
흘러서 흘러서만 가는가 그리고 햇빛은
무슨 애처로움으로 오후를 서성대다
저녁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가
잠에서 깨면
창 밖은 어두운 겨울 들판
네가 떠나간 겨울 들판
차가운 적막과 적막 그 깊은 사이에는
내 외로움의
높은 미루나무 한 그루가
쑥 쑥 소리도 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출처] 최갑수 / 오후만 있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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