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안현미 / 합체

파주노을 2017. 3. 3. 11:33

 


합  체

           안현미

 

 

 


우주 체험을 한 뒤에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슈와이카트(우주비행사)



하루 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방’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우주’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 후 우리는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론 하루 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 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 후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의 거북무덤엔 이렇게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