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 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 고재종
그토록 흐르고도 흐를 것이 있어서 강은
우리에게 늘 면면한 희망으로 흐르던가.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듯
굽이굽이 굽이치다 끊기다
다시 온몸을 세차게 뒤틀던 강은 거기
아침 햇살에 샛노란 숭어가 튀어오르게도
했었지. 무언가 다 놓쳐버리고
문득 황황해하듯 홀로 강둑에 선 오늘,
꼭 가뭄 때문만도 아니게 강은 자꾸 야위고
저기 하상을 가득 채운 갈대숲의
갈대잎은 시퍼렇게 치솟아오르며
무어라 무어라고 마구 소리친다. 그러니까
우리 정녕 강길을 따라 거닐며
그 윤기나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던
날들은 기어이, 기어이는 오지 않아서
강물에 뱉은 쓴 약의 시간들은 저기 저렇게
새까만 암죽으로 끓어서 강줄기를 막는
것인가. 우리가 강으로 흐르고
강이 우리에게로 흐르던 그 비밀한 자리에
반짝반짝 부서지던 햇살의 조각들이여,
삶은 강변 미루나무 잎새들의 파닥거림과
저 모래톱에서 씹던 단물 빠진 수수깡 사이의
이제 더는 안 들리는 물새의 노래와도 같더라.
흐르는 강물, 큰물이라도 좀 졌으면
가슴 꽉 막힌 그 무엇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며 흐를 강물이 시방 가르치는 건
소소소 갈대잎 우는 소리 가득한 세월이거니
언뜻 스치는 바람 한자락에도
심금 다잡을 수 없는 다잡을 수 없는 떨림이여!
오늘도 강변에 고추멍석이 널리고
작은 패랭이꽃이 흔들릴 때
그나마 실날 같은 흰줄기를 뚫으며 흐르는
강물도 저렇게 그리움으로 야위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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