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1
- 노을
향기로운 색으로
잎맥의 길과 꽃의 이유를 전할 것
불의 감각 극한의 이성
살아있는 뇌로
사족 없는 언어의 가락을 익힐 것
사랑할 것
그러나 세상 그 누구도
나 이상 사랑하지는 않을 것
흐를 것
다가오는 벽에 맞서지 말고
출구 없는 둑을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물길을 틀 것
다만 고요히
고요히 흐를 것
~~~~~~~~~~~~~~~~~~~~~~~
나에게. 2
- Alexander jean의 Whiskey and Morphine을 듣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나를 견뎌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려
여름숲에 저녁 내리는 소리, 저물되 아주 저물지는 않은
창호지 같은 한낮이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대롱거리며 흔들리다 마지막 빛을
뚝, 떨어뜨릴
그 시간, 어둠이
확, 덮어버리기 직전
먹물처럼 스며
하프 소리 같은
바람의 울음 같기도 한
허무를 즐겨!
멍하고 먹먹한, 위스키와 모르핀
몽롱한 시공을 흐느적거려도 좋아
내버려 둬!
너를
그냥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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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3
-상실
누구든 내 새끼 머리칼 한 톨도 건드리지 말아라
주문처럼 외던 어머니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훈장처럼 나를 걸던,
아버지도 갔다. 떠났다.
자, 아가야. 지금부턴 맹수의 길
너 혼자 걸어야 해.
서러울 땐
사람의 숲 더듬거리지 말고 풀과 나무에게 기대렴
마지막 침대에서 다시 살아나 내 목을 끌어안고
사랑한다... 너를...죽도록 사랑한다
두 번째 죽은 어머니...
그 새벽, 꿈을 놓고
얼마나 깊게 서럽게 나는 울었던가
메뚜기의 발톱도 새의 깃털도 없는, 나는
아직 먼 유아기
걸음걸이가 서툴러 자꾸
넘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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