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나에게 1.~3 / 노을

파주노을 2019. 9. 20. 21:24

 



나에게. 1

       - 노을

 

향기로운 색으로

잎맥의 길과 꽃의 이유를 전할 것

 

불의 감각 극한의 이성

살아있는 뇌로

사족 없는 언어의 가락을 익힐 것

 

사랑할 것

그러나 세상 그 누구도

나 이상 사랑하지는 않을 것

 

흐를 것

다가오는 벽에 맞서지 말고

출구 없는 둑을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물길을 틀 것

 

다만 고요히

고요히 흐를 것

~~~~~~~~~~~~~~~~~~~~~~~


 

나에게. 2

 

- Alexander jean의 Whiskey and Morphine을 듣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나를 견뎌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려

 

 

여름숲에 저녁 내리는 소리, 저물되 아주 저물지는 않은

 

창호지 같은 한낮이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대롱거리며 흔들리다 마지막 빛을

 

뚝, 떨어뜨릴

 

그 시간, 어둠이

 

확, 덮어버리기 직전

 

먹물처럼 스며

 

하프 소리 같은

 

바람의 울음 같기도 한

 

 

허무를 즐겨!

 

멍하고 먹먹한, 위스키와 모르핀

 

몽롱한 시공을 흐느적거려도 좋아

 

내버려 둬!

 

너를

 

 

그냥 내버려 둬!

 

~~~~~~~~~~~~~~~~~~~~~~~~

 


나에게. 3

 

-상실

 

 

 

 

누구든 내 새끼 머리칼 한 톨도 건드리지 말아라

 

주문처럼 외던 어머니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훈장처럼 나를 걸던,

 

아버지도 갔다. 떠났다.

 

 

자, 아가야. 지금부턴 맹수의 길

 

너 혼자 걸어야 해.

 

서러울 땐

 

사람의 숲 더듬거리지 말고 풀과 나무에게 기대렴

 

 

마지막 침대에서 다시 살아나 내 목을 끌어안고

 

 

사랑한다... 너를...죽도록 사랑한다

 

 

두 번째 죽은 어머니...

 

그 새벽, 꿈을 놓고

 

얼마나 깊게 서럽게 나는 울었던가

 

 

메뚜기의 발톱도 새의 깃털도 없는, 나는

 

아직 먼 유아기

 

걸음걸이가 서툴러 자꾸

 

넘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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