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파주노을 2017. 4. 24. 17:46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랜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그렁 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 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사이에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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