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인

정든 세월에게 / 안도현

파주노을 2017. 4. 23. 16:19

정든 세월에게 / 안도현



홍매화 꽃망울 달기 시작하는데 싸락눈이 내렸다


나는 이제 너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을 거야


너 아픈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냐고


너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백지 위에다 쓰지 않을 거야


매화나무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나뭇가지 속에 뜨거워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를 위하여 내가 흘릴 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쿨룩쿨룩, 기침을 하며


싸락눈이 봄날을 건너가고 있었다